어제는 혼자 잤어. 솔직한 이야기

너는 그제 먼 곳으로 출장을 갔지. 나는 퇴근해서 지하철을 두 번 환승하고, 버스를 타고 또 십분쯤 걸어서야 네 방에 도착했어. 비록 내 방은 아니지만 나의 일부가 머물고 있는 곳인데 어제는 꽤 쓸쓸하더라. 네가 없고, 네가 없을 방은 그런 느낌이구나 하는 걸 어제서야 처음으로 알았어. 그래서 네게 좀 미안하다는 생각을 해. 나는 네 애정을 시험하고 싶어서 종종 집에 가버리려 한 적이 있었으니, 그 기분이 어떤 것이었을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서.

난방이 종일 들지 않은 방은 사늘했지만 그래도 네 마음이 군데군데 남아있어 좋았어. 이를테면, 접시가 다 더러우면 음식을 꺼내먹으려다가도 포기할정도로 귀찮아하니까 (실제로 카키는 저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다.) 설거지를 해 놓았다던가. 마찬가지 맥락에서 수건빨래를 가지런히 널어놓고 간 것이나. 그런 마음씀이 작고도 예뻐서 또 감동하고. 네가 그런 사람인 것, 그런 사람한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멋져.

저녁으로 다 식은 샌드위치를 먹고 인터넷을 좀 보다가 자리에 누웠어. 침대가 참 넓더라. 나는 발이 항상 찬데, 그래서 네 허벅지 사이에 두 발을 끼워넣곤 했어. 너는 으스스한지 종종 몸을 비틀었지만, 난 네 체온에 몸을 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면 이기적이려나. 어제는 네가 없었지. 나는 추위를 이기려고 패딩을 껴입고 이불을 돌돌 말았어. 늘 바퀴를 돌리거나 땅굴을 파느라 바쁘던 도도와 디디조차도 어제는 죽은듯 조용하더라. 아마 걔네도 네가 없는 걸 알았나봐. 네가 없어서 쓸쓸하지만, 그래도 어쩐지 네 방에 도착하니 아늑해. 그러자 카키가 웃으며 대답했다. 당연하지. 우리 방이니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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